Amos Ferguson (1920–2009)은 바하마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인 색감과 구성, 그리고 직관적인 표현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작가입니다. 그는 바하마의 전통, 종교, 민속 이야기를 주제로,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회화 세계를 구축하였습니다. 현지에서는 그를 ‘바하마 미술의 할아버지’로 부르며 존경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Ferguson은 일반적인 미술 재료 대신, 건축용 페인트와 합판, 두꺼운 종이 등을 사용해 작업했습니다. 그는 붓뿐 아니라 못의 머리나 손끝으로 점을 찍어 패턴을 만들며, 화면 전체에 강한 시각적 리듬과 독특한 구조감을 부여했습니다. 단순한 기법 속에서도 색과 형태의 배치가 매우 계산되어 있어, 시각적으로 밀도 높은 화면이 완성됩니다.
대표작 **〈Red Hibiscus〉**에서는 강렬한 붉은 꽃과 푸른 배경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반복된 꽃잎과 잎사귀는 Ferguson 특유의 구성 방식이 잘 드러나는 예입니다. 또한 **〈The Sleeping Family〉**는 가족이 함께 잠든 모습을 따뜻한 색채와 리듬감 있는 패턴으로 표현하며, 감정과 형식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Ferguson은 모든 작품에 “Paint by Mr. Amos Ferguson”이라는 문구를 직접 적었습니다. 이는 겸손하면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서명이자, 작가로서의 자부심이 담긴 흔적이었습니다. 초기에는 바하마의 스트로 마켓에서 관광객들에게 작품을 판매했으며, 이후 미국 코네티컷의 왓즈워스 아테니움 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으로 국제적 명성을 확립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기술적 정교함보다 이야기, 감정, 그리고 반복과 리듬을 중시합니다. Ferguson의 작업은 민속적 감성과 현대적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역성과 대중성, 개인적 신앙이 교차하는 회화적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소박한 재료와 반복적 구성이 어떻게 강렬한 예술적 언어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