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Gallery: Anish Kapoor

Anish Kapoor(아니쉬 카푸어, b. 1954)는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1973년 영국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하며 현대 조각의 흐름을 재정의한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그는 원색의 안료를 덮은 단순한 기하형태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이후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틸, 왁스, 안료, 레진 등의 재료를 활용해 물질과 비물질,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여 왔습니다.

그의 이름은 대중적으로는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된 **《Cloud Gate》(2004)**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콩(Bean)’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매끄럽고 반사되는 강철 덩어리가 도시의 하늘과 사람, 건축물을 휘게 하고 왜곡시키며, 방문자들 스스로를 작품 속에 끌어들이는 참여적 조각입니다. 단순한 공공조형물이 아닌, 도시 자체를 일그러뜨리는 유희적 거울이자 필수적인 사진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Cloud Gate》의 인기만으로는 Kapoor의 복잡하고 철학적인 작업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국 보스턴 ICA에서 열린 회고전 *“Anish Kapoor: Past, Present, Future”*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작품 14점을 통해 그 깊이를 보여줍니다. 전시는 마치 하나의 미로 혹은 감각적 ‘펀하우스’처럼 구성되어 있지만, 그 안엔 무게, 신비, 존재론적 질문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대표작 중 하나인 **《S-Curve》**는 길게 구부러진 거울의 벽입니다.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무거운 강철 조각을 연상시키는 외형이지만, 표면은 빛을 휘게 하고 공간을 녹여내는 반사로 가득합니다. 이 조각은 ‘형태’ 자체를 해체하고 흐릿하게 만드는 비물질성의 실험이며, 현실을 비틀고 관람자를 작품 안으로 밀어넣습니다.

하지만 Kapoor는 점점 더 무게감 있는 물질적 세계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전시의 백미로 꼽히는 **《Past, Present, Future》**는 너비 9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반구형 왁스 덩어리입니다. 진한 자주색 왁스가 벽에서 튀어나온 형태로 자리하고 있으며, 그 위로 모터에 장착된 커다란 곡선형 블레이드가 천천히 움직이며 표면을 긁고, 조각된 왁스는 주변에 튀어오릅니다. 마치 원시적인 힘에 의해 형성 중인 행성, 또는 무언가 신화적 존재가 막 태어나는 순간처럼 보입니다.

Anish Kapoor의 작업은 미니멀리즘 조각의 구조적 명료성과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식의 빛과 공간에 대한 몰입적 체험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고체와 기체, 질량과 공허, 빛과 그림자 사이의 긴장을 조각의 언어로 시각화하며,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형태란 무엇인가? 우리가 보는 세계는 진짜인가, 반사인가?”

그의 작품은 세계 곳곳의 도시 공간을 변형시키고, 관람자의 인식 구조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현대 조각이 단순히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생성되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매체임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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