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텔레비전을 바흐의 음악만큼이나 가치 있는 예술 형태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 백남준
백남준(1932–2006)은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과 독일에서 음악과 미술사를 공부한 후, 1960년대 초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입니다. 그는 텔레비전을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닌,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번 주 소개할 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Megatron/Matrix》(1995)**입니다. 이 작품은 총 215개의 CRT 모니터로 구성된 대형 비디오 설치물로,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뉩니다. ‘Megatron’은 가로 15대, 세로 10대로 배열된 150개의 모니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Matrix’는 4×4 배열의 모니터 네 개와 중앙의 단일 모니터로 구성된 65개의 모니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88년 서울 올림픽, 한국의 전통 민속 의식, 현대 무용 등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정보 과잉 시대의 시각적 폭격을 표현합니다. 특히 ‘Matrix’ 섹션에서는 모니터들이 중심을 향해 소용돌이치는 듯한 배열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이며, 디지털 시대의 몰입과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백남준은 이 작품을 통해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닌,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예술의 도구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는 기술과 예술,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여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Megatron/Matrix》는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